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면 좋나요?

April 05, 2020 · 7 mins read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면 좋나요?

많은 사람이 외국계 회사에서 한 번쯤은 일해보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취업준비생 시절 막연하게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꿈꿨는데요. 경력이 없는 취업준비생에게 외국계 회사의 벽은 높았고, 저는 한국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첫 이직을 외국계로 하게 되었고, 두 번째 이직 역시 외국계 회사로 오게되면서 커리어의 절반은 한국회사에서, 그리고 절반은 외국계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외국계 회사 문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외국계회사문화

1. 자율성과 책임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있지요. 사실 취업준비생 시절부터 외국계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외국계 문화가 자유롭지만 ‘성과기반’이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 있게 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실제로 일해보니 이 말이 정말 맞는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입사 후 각 개인에게 명확하게 일이 주어지고 성과에 따라 평가받게 됩니다.

국내 대기업이나 많은 회사의 경우 ‘공채’로 채용을 많이 진행하다 보니(지금은 공채제도가 없어지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요) 사수-부사수가 나뉘어있어 ‘도제식’으로 업무를 배우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가 주어지면 사수가 부사수에게 일을 지시하고, 부사수가 초안을 작성하거나 정리를 하면 사수가 보완 및 수정을 하는 절차로 업무가 진행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력이 높아지면 ‘팀을 매니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게 됩니다.

하지만, 외국계 회사에서는 이런 사수-부사수가 없고, 각자가 전문가가 되어 플레이어로 뛰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만큼 개인에게 주어진 업무를 자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는 반면,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일을 시키지 않아도 일을 하게 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2. 연차보다 퍼포먼스

연차가 쌓이면 자연스럽게 승진한다? 아닙니다. 사실 국내기업들도 연차보다는 퍼포먼스 기반의 평가를 하지만, 퍼포먼스를 평가받기 위해서는 연차를 기반으로 한 ‘승진대상자’가 일단 되어야 한다는 한다는 점이 다른 것 같아요. 국내기업의 경우 대부분 대리에서 과장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일단 연차가 충족되면 승진대상자가 되고 그 안에서 경쟁하지만, 외국계의 경우 연차에 따른 승진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연차는 입사하기 전 직급(Job title)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긴 합니다. 입사하기 전에는 평가할 수 있는 요소들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전 직장에서의 타이틀과 연차가 이직하는 회사의 job title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죠.

외국계회사문화

그렇기 때문에 외국계 회사에서는 10년 차 직원과 5년 차 직원의 직급이 같은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외국계 회사의 경우 ‘Job band’ 혹은 ‘Job level’이라는 개념이 있는데요, 업무에 따라 직급을 다르게 배정하여 level을 정하는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승진한다는 것이 이 레벨이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1. 업무의 범위가 확장되거나 2. 뚜렷한 성과를 냈을 때, 레벨 조정, 즉 승진을 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경우 국문직급은 연차를 기반으로 하여 (예: 4년 차 이상 대리, 8년 차 이상 과장), 연차를 채우면 자연스럽게 국문직급이 변경되는데요, 국문직급이 변한다고해서 연봉조정이 별도로 되지 않습니다. 즉 승진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죠. 퍼포먼스에 따라 승진을 하게 되면 국문직급이 아니라 영문직급이 변경되게 됩니다. 예를 들어 ‘specialist’에서 ‘manager’로 변경되는 것이죠. 이럴 때 연봉도 승진에 따라 조정되게 되는 것이죠. 외국계에서의 승진은 철저히 연차가 아닌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 살짝 무섭긴 하지만, 저는 이 점이 특히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3. 의견은 자유롭게, 하지만 매너 있게.

요즘 수평적인 회의문화가 자리를 먾아 잡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경직된 회사도 많은 것 같아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외국계의 경우 의견을 제시하고 서로 이견을 조율하는 분위기가 조금은 더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한국 회사에서 사장님이나 부사장님과 미팅을 하게 되면 사원이나 대리급은 아무 말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외국계의 경우 미팅 시간에 직급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오히려 본인의 생각을 말하지 않는 경우, 소극적이거나 투명하지 않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마케팅 미팅을 하는 경우, 직급에 상관없이 디지털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주체가 되어 회의에 참여합니다. 물론 미팅에 따라 팀장님이나 책임자가 함께 참여하여 미팅을 주도하거나, 필요한 경우 첨언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하여 격식을 갖추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사나 동료에게 의견을 제시할 때는 충분한 설명과 논리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프로모션 기간을 늘리고자 한다면, 그것을 왜 늘려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가 충분히 있어야 하죠. 또한, 상대방의 의견과 달라서 설득이 필요하다면, 상대방의 의견을 부정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매너 있게’ 설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구두 커뮤니에이션 뿐 아니라 메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경우, 특히나 ‘격식 있고, 매너 있는’ 커뮤니키에션이 필요합니다. 영어에도 격식이 있어서, 특히나 상사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는 “Please send me the file”이라고 하는 것보다 “It would be very appreciated if you could~”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더 적합하답니다!

외국계회사문화


4. 글로벌 스탠다드 시스템

외국계 회사의 경우 글로벌 시스템을 쓰다 보니, 각 Region에서 시스템을 활용하는데 제한이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글로벌에서 쓰는 시스템을 그대로 쓰지만, 시스템의 권한이 본사에만 있는 경우가 있어 변경이 어려운 것이죠. 예를 들어, 이커머스 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우 사이트가 글로벌 공통으로 개발이 되기 때문에 언어만 다르고 기본 구조는 거의 같거나 비슷한 구조로 제작이 되어, 각 나라의 고객 UX/UI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특히나 인터넷 강국인 한국 사이트들의 경우 매우 유저 친화적으로 제작이 되는 반면, 글로벌 사이트의 경우 조금은 어려운(?) 구매 경험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글로벌 사이트이기 때문에 customize 하기가 어렵고, 각 region에 시스템에 대한 권한을 모두 주었을 경우,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수정 권한을 주지 않는 편입니다. 특히나 본사가 아닌 지사에는 시스템 개발자나 운영인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권한을 준다고 해도 실직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는 어려운 것이죠.

상황이 이러다 보니, 각 region에서는 본사 팀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하게 되고, 이러한 요구들이 많다 보니 본사에서도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사이트에 script 를 심어하는 상황이라고 했을 때, 변경권한과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1시간이면 완료될 수 일이더라도, 본사 팀의 우선순위나 일정에 따라 1달에서 1년 이상까지 걸릴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런 제약이 생각보다 크다 보니, 속도를 빨리 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는 것이 어려운 점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글로벌 시스템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랍니다! (개인이 써보기에는 라이선스가 비싼 세일즈포스나 어도비 애널리틱스 같은 툴을 써볼 수 있으니까요!)

외국계회사문화


그래서 외국계 회사 좋아요?

지금까지 외국계 회사와 국내기업을 비교하였지만, 사실 같은 외국계라도 업계 및 회사에 따라 분위기가 너무 다르고, 국내회사도 다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국내회사이지만 더 글로벌하게 일하는 회사도 많고, 개인의 퍼포먼스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들도 많으니까요. (다만 외국계의 경우 앞에서 열거한 문화를 가질 확률이 조금은 더 높은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외국계 회사이냐 아니냐보다는 회사의 문화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본인의 성향이 회사 문화와 맞는 것인지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외국계 회사 좋아요?’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하지만 지금 저에게 물으신다면 ‘좋아요’입니다.)



comments powered by Disqus